딥테크 PoC사례 분석

현장에서 딥테크 스타트업을 만나면 늘 같은 질문이 나온다.

“기술은 정말 좋은데, 이걸 누가 실제로 써본적은 있나요?”

딥테크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론과 개발만으로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일명 실증(PoC) 단계는 투자유치, 파트너십 확장, 정부 지원 연계 등과 직결되는 결정적인 요소로 딥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일종의 투자 유치의 관문이 아닐까 싶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사례 중심으로 딥테크의 현실화 과정을 살펴보려고 한자.

실증 없이는 상용화도 없다

딥테크 기술은 이론이나 실험실 수준에서만 머문다면 사회적 가치나 사업성을 증명하기 어렵다. 기술 실증(PoC, Pilot Test)은 상용화를 위한 핵심 단계이자, 투자 유치, 파트너십 확보, 초기 시장 창출의 출발점이다.
이 글에서는 ‘딥테크 기술 실증 사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성공적으로 실증된 딥테크 기술들의 대표 사례와 특징을 정리해본다.


1. AI 기반 신약 개발 – 퀀타매트릭스

국내 딥테크 바이오 스타트업인 퀀타매트릭스(QuantaMatrix)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Quick AST) 기술을 실증하고, 이를 다수 대학병원에서 임상 테스트하는 데 성공했다.

🔍 실증 포인트

  • 실사용 환경 기반: 실제 병원 진단 환경에서 테스트를 통해 기술 정확도 입증
  • 규제 연계 실증: 국내 식약처 임상시험 진행 후, 유럽 CE 인증까지 획득
  • 투자 연계 성과: 실증 성공 후, 국내외 VC로부터 200억 원 이상 투자 유치

이 사례는 의료기기와 AI 융합 기술이 어떻게 실증을 거쳐 글로벌 진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실제로 기술이 산업과 사회로 나아가는 첫피드백 루트이기도 했다.


2. 친환경 배터리 재활용 – 리베스트(LiBEST)

리베스트는 리튬 이차전지의 소재를 회수해 재가공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초기 기술은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었지만, 실제 적용 가능한지를 입증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스마트 산업단지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실증 포인트

  • 지자체 연계형 실증: 산업단지 내 파일럿 플랜트 구축, 공공기관과 공동 실증 수행
  • 환경 규제 검증: 배출가스·잔류화합물 검증을 통해 친환경성 입증
  • 비즈니스 모델 실험: B2B 전지제조사에 재활용 소재 납품을 통해 시장 반응 측정

실증을 통해 탄소저감 효과, 비용 절감 효과까지 정량화하며 기술적 신뢰를 확보했다.


3. 양자암호 통신 실증 – SK텔레콤 x IDQ

딥테크 분야 중 보안 기술의 대표 격인 양자암호통신도 국내에서 본격적인 실증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ID Quantique(IDQ)와 함께 양자암호를 서울-수원 구간에 적용하여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했다.

🔍 실증 포인트

  • 실제 네트워크 연동 테스트: 기존 LTE/5G 통신망과 양자암호 네트워크 간의 호환성 검증
  • 국방/공공 통신 적용 시나리오 실험: 군 통신체계와 스마트시티 기반망 연결 가능성 실증
  • 정책 연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 양자기술 로드맵’ 시범사업과 연계

해당 프로젝트는 기술 적용 가능성뿐 아니라, 정부와 대기업, 스타트업이 협력한 실증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았다.

4. 딥테크 실증의 공통 과제

기술 실증은 단순히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환경에서의 적응력, 규제 대응, 수요자 반응까지 포함한 통합 검증 과정이다. 하지만 많은 딥테크 기업이 이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인 실증 장애 요소

  • 실증 테스트베드 부족: 파일럿 설비나 실제 테스트 환경 자체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 규제 불확실성: 헬스케어, 보안, 에너지 등은 사전 검토 없이 실증을 시작하면 법적 충돌 위험이 크다.
  • 비용 부담: 실증 설비 구축, 데이터 수집, 검증 인력 투입 등으로 수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다.
  • 시장 수요자와의 연결 부족: 기술은 있지만, 실제 수요자가 없거나 참여하지 않으면 실증이 무의미해진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정부 주도 실증 플랫폼이나 산업단지 연계 시범 사업 등이 각광받고 있다.


5. 실증 실패 사례에서 얻는 교훈

실증은 반드시 성공하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딥테크 분야에서는 실패를 통해 제품을 개선하거나 시장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 국내 소재 기술 스타트업 사례

국내의 한 나노소재 기업은 탄소나노튜브 기반 복합소재를 개발해 항공우주 분야에 적용하려 했지만, 실증 단계에서 실패했다. 이유는 예상보다 높은 공정 불안정성기존 산업 표준과의 미스매치 때문이었다.

→ 그러나 이 기업은 실패를 바탕으로 적용 분야를 전기차 부품용으로 전환했고, 실증 포인트를 단순 소재 성능이 아닌 조립 효율과 단가 절감 효과로 설정해 성공적인 방향 전환을 이뤘다.

실증 실패는 끝이 아니라 방향 수정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6. 딥테크 기술 실증 성공을 위한 전략적 조건

✅ 1. ‘시장 후방’이 아닌 ‘전방 고객’ 중심의 실증 설계

단순히 연구자 중심이 아닌, 최종 사용자나 적용 산업의 시나리오에서 실증을 설계해야 한다. 예: 병원이 아닌 환자 중심, 공장 내부가 아닌 고객사 운영 환경 중심 등.

✅ 2. 초기부터 규제 전문가 연계

특히 의료, 에너지, 국방 등 규제가 많은 산업에서는 실증 설계 단계에서 법률·인허가 전문가와 함께하는 것이 필수다.

✅ 3. 실증 데이터의 ‘정량화’와 ‘시각화’

투자자와 파트너는 숫자와 스토리로 움직인다. 실증 결과를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예: 절감률, 효율성, 오류율 개선 수치, 도입 시 ROI 시뮬레이션 등


딥테크 기술 실증은 설득의 기술이다

딥테크 기술 실증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다. 이는 기술을 시장에 연결하고, 산업 파트너를 설득하고,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과정이다.

결론적으로 딥테크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증의 전략성, 사용자 중심성, 그리고 설득의 언어가 더해질 때 비로소 딥테크는 현실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